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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가 김이헌의 꿈속에 등장하기 시작한 남자. 남자는 항상 순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웃고, 다정한 말을 건넨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머리에 남은 꿈의 편린은 마치 실제로 있었던 기억인 양 생생하기만 하다. ‘이헌아, 이것 봐. 너 주려고 산딸기를 따 왔어.’ 아주 긴 꿈을 꾸고 일어난 날 김이헌은 깨달았다. 자신이 꿔 온 꿈이 두 갈래이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지내 온 전생이며 두 번의 생 동안 그의 곁에는 언제나 강덕구라는 바보 같은 남자가 함께 있었다는 것을. 꿈에서만 볼 수 있기에 밤을 기다리고, 꿈속의 덕구를 볼 때마다 깊은 갈증을 느낀다. 손을 뻗고 싶다. 안기고 싶다. 저 순한 눈망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그렇게 깊은 허기 속에서 살아가던 어느 날 마침내 김이헌의 눈앞에 ‘이번 생’의 덕구가 나타난다. “원고료는 이쪽 업계에서 측정되는 최고 금액의 두 배로 지불할게요.” “죄송하지만, 제가…… 네? 최고가의 두 배요?” 덕구가 다시 한번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두 사람으로 오롯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김이헌은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