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옆 병실, 어머니들끼리 같은 조리원 동기인 고세경과 윤선의는 세상 둘도 없는 단짝이다. 아니, 단짝이었다. 윤선의가 고세경에게 우정을 넘어선 감정을 품기 전까지는 말이다. “좋아해.” 윤선의의 말에 고세경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당황한 표정도, 기분 나쁜 표정도 아닌 그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세경이 선의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시선이 흘렀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 “‘나도’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해 주는 사람.” “윤선의.” “너처럼 표정 관리 못하는 사람 말고.” 가벼운 농담이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웃은 선의가 먼저 등을 돌려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