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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 봐요.” “예?” “벗어야 하잖아.” 그가 웃었다. 연수는 귀를 간질이는 중저음에 고개를 들었다. 눈을 크게 뜨고 깜빡임 없이 그를 마주하자 그가 웃음을 지웠다. “나랑 자려고 여기 온 거 아닙니까.” ‘내 애를 낳으려고 여기 왔잖아요.’ 그가 작게 덧붙였다. 연수는 입술을 말아 문 채 그를 바라보았다. 눈두덩이 파르르 떨렸다. 지그시 닿는 시선이 냉담했다. 그가 다시 ‘이연수 씨’ 하고 불렀다. 아버지를 여읜 채 아픈 어머니와 동생들을 대신해 가장이 된 연수. 국내 거물 정치인이자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던 윤 의원의 아내인 손 여사의 부름에서 황당한 제안을 받게 된다. 그 제안은 바로 손 여사의 딸이자 해신 그룹의 전무인 차태건의 아내인 윤혜인을 대신해 그의 아이를 낳는 것. 대리모도 아닌 ‘씨받이’로 전락하라는 말에 연수는 극구 거절하지만 아픈 어머니를 인질 삼아 협박하는 손 여사로 인해 결국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차태건은 그녀가 오랜 시간 마음에 품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