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매일 밤을 함께 보내는 사이가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애초에 그들은 결혼할 사이가 아니었다. 은하영은 운전기사의 딸이었고, 민지한은 주인집 도련님이었다. 갑과 을, 그 이상은 될 수 없는 관계. 그러니 하영은 알아야 했다. “정말로…… 저와 결혼하실 건가요?” 지한이 하영에게로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그녀는 그의 불룩 튀어나온 목울대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두었다. “난 회장님 명령을 따를 뿐이야, 그건.” 비틀린 입술이 벌어지며, 날카로운 비수가 날아들었다. “천한 것들끼리 붙여 놓겠다는 거지.” 우리는 천하지 않다고, 적어도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하영은 항변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리도록 차가운 눈동자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니 확실히 해 두자고.” 은으로 된 소매의 커프스를 빼며, 지한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일은 없을 거야. 천한 핏줄을 물려주긴 싫거든.” 결코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갑을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