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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마천루가 뿜어내는 오만한 불빛조차 닿지 못하는 고층 주상복합의 최상층. 그곳은 완벽하게 진공 포장된 무채색의 밀실이었다. 낮의 차선우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대형 로펌의 포식자, 단 1밀리미터의 오차나 감정의 개입조차 허용하지 않는 서늘한 미친개였으나, 견고한 도어락의 파열음과 함께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그 거대하고 맹렬했던 짐승의 숨통은 비로소 나른하게 잦아든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형상을 한 채, 제 가장 연한 목덜미를 기꺼이 내어주는 지독하게 다정한 항복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