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약한 남동생 윤문을 대신해 과거 시험을 치르러 간 윤서. 열심히 시권을 작성하는 도중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아, 뭐야. 눈치챈 건가?’ 자신이 여인이라는 사실을 눈앞의 사내에게 들킨 건 아닌가 싶어 심장이 팔딱팔딱 뛰었다. 옷깃 위의 목덜미가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왜,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갓 끝으로 슬그머니 얼굴을 가리며 답을 기다려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집요한 시선뿐이었다. 《강 도령의 비밀》 *** 본래 윤문 아니, 윤서를 찾은 연유는 중전과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내용을 시권에 적어 낸 자를 함께 찾기 위함이었다. 그의 짐작대로 윤문이 아닌 윤서가 사내처럼 입고 약속 장소에 나왔다. 자신을 잡아 주던 손등 옆자리 잡은 푸르스름한 반점. 그 푸른 반점이 그녀가 강윤서라는 증명이었다. “이름.” “예에?” “네 이름이 무엇이냐?” “강윤……문이라 하옵니다.” 원은 억세게 움켜쥔 윤서의 손목을 뒤집어 손등이 하늘을 보게 하였다. 순간 윤서의 눈에 윤문에게는 없고 자신에게만 있는 푸른 반점이 눈에 들어왔다. 원이 다른 손으로 내내 얼굴을 가렸던 너울을 휙, 걷어 올렸다. “내가 누군지 잊지는 않은 모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