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 부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은 하녀, 이사벨 제므닌. 그녀는 죽은지 10년만에 낯선 여자의 몸에서 눈을 떴다. 그러나 눈을 뜨자마자 들은 건 시한부 선고였다. ""일 년 남았습니다. 앞으로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이요."" 죽는 건 상관 없었다. 다만 10년 전 홀로 두고 죽어야만 했던 어린 딸이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이사벨이 딸을 찾아 수도로 갔을 때. 그곳에는 순수하던 딸은 온데간데 없고, 어머니의 원한을 갚으려는 사교계의 복수귀만이 남아 있었다. *** 이사벨은 푹신한 소파에 파묻힌 채로 이안을 올려다보았다. 이 남자는 제국의 전쟁 영웅이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천재 작전 장교였다. 게다가 3황자파를 이끄는 실질적 수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 이안이, 이렇게 다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안의 손이 부드럽게 뺨을 감쌌다. “이사벨. 몇 번이고 속삭이겠습니다.” 이마에, 뺨에, 콧등에,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이안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