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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분명 어젯밤까지 내가 누워 있던 곳은 변방의 작은 저택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침대. 싸구려 면 이불. 창문을 열면 보이던 평범한 시골 풍경.
그런데 지금 머리 위에 있는 것은 금실로 수놓인 침대 천장이었다.
“…….”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여전히 똑같았다.
‘꿈인가?’
그럴 리가.
불길한 예감에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일어났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몸이 굳었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과 금빛 눈동자.
제국의 황태자이자 내 전 약혼자.
카시안이었다.
“……왜 네가 여기 있어?”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카시안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그걸 정말 몰라서 묻나?”
나는 대답 대신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창가에는 테오도르가 서 있었다.
“안녕, 세레나.”
테오도르가 평소처럼 다정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잘 숨어 있었더라.”
“…….”
두 명.
아직 괜찮다.
침착하자.
그런데 방문이 열렸다.
“세레나.”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은발의 남자가 들어왔다.
루시엘이었다.
그의 손에는 물과 약이 들려 있었다.
“몸은 괜찮아?”
“오빠까지 왜 여기 있는데?”
내가 황당해서 묻자 루시엘이 웃었다.
“네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그 순간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아니.
아직 한 명 남았다.
설마 그 인간까지—
“나 찾았어?”
바로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악!”
고개를 들자 허공에 떠 있던 에녹이 재미있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 세레나.”
나는 말없이 네 사람을 차례대로 바라봤다.
카시안.
테오도르.
루시엘.
에녹.
원작의 남주 네 명이 전부 모여 있었다.
왜?
이 인간들은 지금쯤 원작 여주인공 옆에 있어야 했다.
나는 무려 반년 동안 준비했다.
카시안과 파혼했고, 테오도르와 거리를 뒀으며, 루시엘에게는 내 생활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에녹은 아예 피해 다녔다.
그리고 원작 여주인공이 수도에 도착하기 하루 전, 흔적까지 완벽하게 지우고 도망쳤다.
그 뒤로 석 달.
이름도 바꿨다.
머리색도 바꿨다.
아무도 모르는 변방에 숨어 살았다.
그런데.
“……어떻게 찾았어?”
테오도르가 웃었다.
“네가 갈 만한 곳은 뻔하잖아.”
소름이 돋았다.
나는 황급히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좋아. 일단 진정하고 얘기하자.”
슬금슬금 문 쪽으로 움직였다.
에녹이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철컥.
문이 잠겼다.
“……에녹.”
“응?”
“열어.”
“싫은데.”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문득 가장 중요한 문제가 떠올랐다.
나를 잡은 건 알겠다.
그런데—
“그래서.”
나는 네 사람을 바라봤다.
“누가 나 데려갈 건데?”
침묵.
네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내가 더 황당했다.
“왜? 카시안은 황궁으로 데려갈 거 아니야? 아니면 오빠가 에르디아 저택으로—”
“세레나.”
카시안이 내 말을 끊었다.
“누가 네게 한 명을 고르라고 했지?”
“……뭐?”
이번에는 테오도르가 웃었다.
“착각하고 있었나 보네.”
루시엘이 내 어깨에 흘러내린 은빛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게 할 거야.”
마지막으로 에녹이 아주 즐겁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 같이 살자.”
나는 멍하니 네 사람을 바라봤다.
“……다 같이?”
카시안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누구랑?”
“우리 모두와.”
“…….”
그 순간 확신했다.
원작이 단단히 잘못됐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읽은 이야기가 잘못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