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체육 교사인 이은성의 고민은 보이시한 외모 때문에 연애다운 연애를 못 해봤다는 것. 180센티 가까운 큰 키에 빼빼 마른 몸. 겉보기엔 꽃미남 같은 그녀지만, 실은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설렘 가득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누군가 이사 오고 은성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다. 저보다 한 뼘이나 큰데도 여성미가 철철 넘치는 옆집 미인에게 홀딱 반한 은성은 메이크업을 가르쳐달라며 접근하는데. *** 여자는 살면서 화장을 전혀 안 해본 모양이었다. 막 무대포로 쳐들어온 주제에 또 어이없을 정도로 공손하고 예의가 발라서, 뭐 하나 발라줄 때마다 허리를 굽히면서 고맙다고 해 수빈은 웃음을 참으면서 화장해주었다. 사실, 늦게 나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드로어즈 한 장만 입고 윗집 말소리를 도청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으니까. 현관 벨 소리가 나자마자 액정으로 얼굴을 확인하고는 기겁해서 옷을 챙겨입었다. 여자로 변신하려면 챙길 게 많지만, 수련을 통한 속전속결로 7분 만에 옷과 메이크업, 가발까지 뒤집어쓰고 나간 거였다. “그런데 언니는 왜 집에서도 스카프를 하고 있어요?” 왜긴 왜야. 목젖이 복숭아씨보다 크니까 그렇지. “성대가 약하거든. 항상 보호해줘야 해. 나는.” 정해둔 시나리오를 자연스럽게 읊으면서 생각했다. 나름 얘랑 대화하는 것도 실전 돌입하기 전에 연습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