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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시절, 교양 수업 맨 앞줄에서 햇살을 받으며 노트를 적던 사랑 누나.
새내기였던 나의 첫사랑이자, 감히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만 품었던 짝사랑의 주인공이었다.
흰 피부에 붉은 입술, 차가운 흑발 외모 때문인지 늘 '차도남' 소리를 들었지만, 정작 나는 부끄럼을 많이 타서 누군가 조금만 놀려도 얼굴이 붉게 타오르곤 했다. 대학교 때도 주변 여자애들이 흠모한다며 따라다녔지만, 내 눈엔 오직 연주 누나뿐이었다.
졸업 후 연락마저 끊겨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었는데...
"어? 하준이야...? 너 이번에 입사한 신입 사원이 바로 너였어?"
출근 첫날, 사수라며 인사를 건네온 사람이 다름 아닌 한연주 선배였다.
5년 만에 재회한 누나는 대학교 때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아름다운 프로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반가움과 쑥스러움도 잠시, 나는 곧바로 이상함을 느꼈다.
대학 시절에는 날 그저 '귀여운 후배 1' 정도로 대하던 누나였는데... 지금 날 보는 눈빛이 전혀 달랐다.
"하준아, 커피 타줄까? 아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 아닙니다 선배님! 제가 타겠습니다."
탕비실 문이 스르륵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 머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원두를 굵게 갈아내고 있는 순간, 누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누나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셔츠 카라를 따라 부드럽게 쓸려 내려갔다.
내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얼굴에 열이 올라 귀 끝까지 붉게 타오르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탕비실 바깥으로 지나가는 동기들의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데, 누나의 숨결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누, 누나... 아니, 선배님. 여기 회사잖아요..."
누나의 살짝 접히는 눈웃음 뒤로 묘한 위험함이 감돌았다. 대학 시절의 순수했던 누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날 삼킬 듯이 바라보는 짙은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아, 지금은 안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