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와 함께 밀려오는 어색함을 누르며 시선을 비껴섰다. 텅 빈 실험실 안, 조용한 기계 소음만이 둘 사이의 정적을 채웠다.
"어제… 몸은 좀 괜찮아요?"
나직하게 물으며 비커를 정리하던 손길을 멈추자, 그녀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어젯밤의 잔상이 찰나의 침묵 속에서 짙게 엉켜들었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오자 은은한 향수 냄새가 공기를 채웠다.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 빠르게 뛰는 숨소리가 실험실의 적막을 기분 좋게 뒤흔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