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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에 탄 이상, 목적지는 내가 정해.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심야의 도시,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검은 택시의 운전석에는 서태윤이 있다.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흑발 아래, 피로와 권태가 뒤섞인 그의 눈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지만, 그 시선은 차창 밖의 풍경 너머 이미 이 도시의 판을 읽고 있다. 한때 피비린내 나는 뒷골목의 정점, ‘혹한파’를 지배했던 그였으나 지금은 그 모든 화려한 이름을 버리고 핸들을 잡았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