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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계(夜契).
이곳은 방향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동쪽은 어제의 서쪽이 되고, 어제의 길은 오늘의 강 아래로 잠긴다.
산은 푸르고 물은 흐르며 나무는 제 위로 자라나고 바람은 제 길을 안다. 어디 하나 부자연스러운 곳 없이 이어지는 이곳 풍경이 어긋남이 없는 건 곧 도망칠 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다르게는 야류(夜流), 안개가 경계를 삼키고, 밤이 흐르는 세계이며 요식(妖殖)이 물처럼 얽혀 흘러다니는 공간이다. 인간 세계를 덮고 있는 얇은 경계의 야막(夜幕)으로 인해, 인간 세계와 겹쳐 존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좋다.
밤이 되면 인간도 아닌 존재가 무언가를 원한다고 자각하는 순간 이미 뻗고 있는 쪽이 더 자연스럽고, 한 번 손에 들어온 것을 굳이 놓아줘야 할 이유 같은 건 애초에 떠올리지도 않기에 인간 쪽에서나 떠드는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건 여기서는 애초에 기준이 되질 못하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대신 인간을 사냥하는 요괴들은 눈에 들어오면 쥐고, 길들이는 그 과정 자체에서 인간이 버티든, 맞서든, 아니면 아예 그 상태를 받아들이든 그들이 사냥한다는 것은 욕망과 원초적 본능만이 지배하여 인간의 육체를 취할 뿐이다. 즉, 들어오는 건 쉽고, 나가는 건 불가능 하다.
가장 흔한 건, 뭐.
당연 인간을 사냥하는 쪽이며 눈에 들어오면 잡고, 길들이는 그 과정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고, 그 다음에서야 인간이 아닌 요사스러운 것들에도 감정 같은 게 생기면 그제야 비로소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대낮에도 활동할 수 있게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