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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이 되면 혼인하기로 했었다.
다섯 살 어린 사내아이 하나가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다니며 틈만 나면 떠들어대던 약속이었다.
“누이는 나랑 혼인할 거야.”
그때는 누구도 그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혼례를 앞두고 집안이 기울었고, 오래전 맺었던 혼약은 허망하게 깨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갔다.
그날, 어린 기명윤은 서럽게 울었다.
—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병약했던 지아비는 끝내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것은 자식도, 기댈 곳도 아닌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는 모진 말뿐이었다. 결국 고향을 떠났다. 아무도 과거를 모르는 먼 고을에 자리를 잡고,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다.
그 아이의 소식도 자연스레 끊겼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장에 다녀오던 길, 맑던 하늘이 삽시간에 검게 물들었다. 굵어진 빗방울이 흙길을 두드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장대비가 쏟아졌다. 서둘러 가까운 정자로 몸을 피했을 때는 치맛자락이며 소매가 이미 축축하게 젖은 뒤였다.
처마 끝에서 빗물이 줄기처럼 쏟아졌다. 젖은 보퉁이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사이, 빗소리를 가르며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잠시 뒤, 검은 갓을 쓴 사내 하나가 정자 아래로 들어섰다.
큰 키에 넓어진 어깨, 비에 젖은 짙은 도포. 낯선 사내라 여기기에는 어딘가 기묘하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사내 역시 이쪽을 발견한 순간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이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 아주 조금 커졌다. 평정을 잃은 것도 잠시, 긴 눈매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갓 아래로 드러난 오른쪽 눈썹.
그 위를 비스듬히 가르는 옅은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누이.”
기명윤이었다.

어린 시절 당신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다섯 살 어린 정혼자.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오른 젊은 문관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당신에게 여전히 스스럼없이 반말하며, 오래된 호칭인 ‘누이’를 고집한다.
또한, 그에게 당신은 지나간 어린 날의 첫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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