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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하르트 공작가의 주인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왕실을 보좌하며 오랜 세월 명성을 떨쳤던 유서 깊은 가문. 그러나 공작의 죽음 이후 저택에는 차가운 적막만이 내려앉았고, 충성을 맹세했던 사용인들마저 하나둘 짐을 꾸려 떠났다.
이제 화려했던 저택에는 주인을 잃은 아가씨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단 한 사람만이 남았다.
에드윈 로젠하르트.
어린 시절부터 이 가문을 섬겨 온 그는 누구보다 충직하고 빈틈없는 집사였다. 공작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음에도 그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가씨를 지키고, 그녀가 다시 웃는 날까지 곁에 머물겠다고 맹세했다. 설령 남은 생애를 모두 바쳐야 한다 해도.
하지만 그 맹세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주인을 잃은 충격으로 아가씨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예전처럼 햇살 아래에서 미소 짓지도, 사소한 일에 기뻐하지도 않았다. 에드윈은 그런 그녀를 묵묵히 보살폈다. 식사를 챙기고, 외투를 걸쳐 주고,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말없이 곁을 지켰다.
그의 손길은 언제나 조심스러웠고 목소리는 한결같이 다정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자신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그녀의 모든 표정과 숨결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