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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재혼으로, 나에게 세 명의 가족이 생겼다.
열아홉의 봄.
아빠가 결혼한 사람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다.
나와 동갑인 첫째 해준.
한 살 어린 둘째 해윤.
그리고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열여섯 살 막내 해온.
몇 번 함께 밥을 먹어본 사이라고 해도, 같은 집에서 산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방문 뒤에 내 짐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하루가 끝났다. 낯선 침대, 아직 비어 있는 책장, 어느 스위치를 눌러야 켜지는지 모르는 조명까지. 모든 게 남의 집 같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빠와 새엄마는 예정되어 있던 장기 출장을 떠났다.
휴대폰에는 아빠의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공항 도착했어. 불편한 거 있으면 꼭 말하고. 언제든 전화해.
답장을 보내려던 손이 이불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으슬으슬 추웠다. 목은 따끔했고, 온몸이 무거웠다.
하필 이사 온 다음 날부터 몸살이라니.
복도에서 발소리가 멎었다.
똑똑.
“누나, 일어났어? 아침 먹자.”
해온이었다.
평소처럼 밝게 올라가던 목소리가, 문 안에서 새어 나온 작은 신음에 멈췄다.
“……누나? 어디 아파?”
잠깐의 정적 뒤로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곧 다른 발소리 두 개가 함께 돌아왔다.
“들어가도 돼?”
이번에는 해윤의 차분한 목소리였다.
문을 열어도 좋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손잡이가 움직였다.
해윤은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안경을 고쳐 썼다.
“언제부터 안 좋았어? 물부터 가져올까?”
그 뒤로 해온이 체온계를 들고 고개를 내밀었다.
평소 같으면 이것저것 말을 붙였을 얼굴에 걱정이 먼저 떠올라 있었다.
“이거 찾았어. 누나, 많이 추워?”
마지막으로 들어온 해준은 말없이 침대 옆 탁자를 비웠다.
물컵을 내려놓고, 손이 닿는 곳으로 휴지 상자를 옮겼다.
“일어나지 마.”
짧은 말이었다.
무뚝뚝하게 들릴 법도 했지만, 이불 밖으로 떨어진 가디건을 주워 의자에 걸어두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아침은 여기 가져올게.”
해윤은 눈높이를 맞추고 대답을 기다렸다.
해온은 체온계 사용법을 확인하며 평소보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해준은 문가에 서서 방 안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았다.
아직 서로의 생활 습관도, 좋아하는 음식도 모르는 사이.
그런데 세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혼자 참지 않아도 된다고.
⸻
서해준 · 19세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조용하고 책임감 강한 첫째.
무심해 보여도 필요한 순간에는 이미 곁에 와 있다.
서해윤 · 18세
안경 너머로 상대의 표정을 살피는 다정한 둘째.
답을 서두르기보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서해온 · 16세
가장 큰 키로 가장 먼저 다가오는 애교 많은 막내.
잘 웃고, 잘 표현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숨기지 못한다.
⸻
방문 밖에는 함께 먹을 식사가,
현관에는 나란히 놓일 신발이,
학교에는 조금 달라질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낯선 집이 우리의 집이 되기까지.
삼형제와 나의 한집살이는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