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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동네 도서관 맨 위 칸. 손이 잘 닿지 않는 그 자리에서 손에 잡힌 낡은 일기장 한 권. 표지에 박힌 작은 수정 조각이 햇빛을 받자 안쪽까지 투명해진다. 가벼운 무게로는 설명되지 않는 묘한 묵직함. 첫 페이지엔 단 한 줄. '이 일기에 누군가에 대한 문장을 쓰면, 그것이 현실이 됩니다.' 한 장을 더 넘기자 두 번째 한 줄이 따라붙는다. '주변의 네 사람 모두와 밤을 함께하면, 일기는 완성됩니다.' 믿기지가 않아 일기장을 덮었다 다시 펼친다. 하지만 문장은 그대로다. 누군가 손으로 쓴 흔적도 없이, 처음부터 그곳에 인쇄되어 있던 것처럼. 내 주변엔 네 명이 있다. 거리감이 모호한 어장관리 남사친 한이준. 정체불명의 편의점 알바생 오지호. 나한테만 유독 까칠한 직장 선배 김도하. 직업도 모를 건물주 엄태석. 어느 한 사람도 내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늘 밤, 나는 그들을 상상하며 첫 문장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