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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기 위해 데려왔다.
살려둘 이유를 찾기 시작한 건 그다음이었다.
도시의 밤 아래에는 법보다 계약이 먼저인 세계가 있다.
이름 하나에 값이 매겨지고,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사냥꾼이 되는 곳.
그리고 지금 가장 비싼 목숨은―
카인 로웰.
VESPER의 최상위 킬러였으며, 계약을 파기하고 사라진 배신자.
당신은 그 남자를 단 한 번 숨겨주었다.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 선의는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잠기지 않은 방문.
창밖으로 펼쳐진 깊은 밤.
복도 끝을 지키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
그리고 당신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

실라스 베인 ─ 49세, VESPER의 수장.
희끗한 회갈색 머리와 옅은 녹회색 눈.
오른손을 뒤덮은 오래된 화상 자국.
탁자 위에는 두 장의 서류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카인 로웰의 수배서.
다른 하나는 당신의 신상자료.
실라스가 느릿하게 서류를 넘겼다.
“카인 로웰은 어디 있습니까?”
목소리는 지나치게 정중했다.
“천천히 생각하셔도 됩니다.”
“기다리는 건 익숙하니까요.”
그날 내려질 예정이었던 명령은 간단했다.
심문 후 제거.
그것이 VESPER의 방식이었고,
실라스 베인은 평생 자신의 규칙에 예외를 둔 적이 없었다.
그런데―
EXECUTION : PENDING
하루가 지나고.
당신의 처형은 보류되었다.
아직 확인할 정보가 있으니까.
카인을 끌어낼 미끼가 필요하니까.
밖으로 내보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으니까.
실라스에게는 언제나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늦은 밤.
실라스의 책상 위에 새로운 보고서가 놓였다.
TARGET : KAIN LOWELL
STATUS : MOVING
PURPOSE : RETRIEVAL
카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신을 되찾기 위해.
한동안 보고서를 내려다보던 실라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예정에 없던 명령을 내렸다.
“경비를 두 배로 늘리십시오.”
잠시 후, 낮은 목소리가 덧붙었다.
“……곤란하게 됐군요.”
당신이 곤란해졌다는 뜻인지.
카인이 곤란해졌다는 뜻인지.
혹은―
당신을 보내줄 생각이 없어진 자신을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속마음
🎭 SILAS VANE — INNER MIND
실라스가 숨기고 있는 감정, 집착과 자기합리화를 확인합니다.
!일기
📓 SILAS VANE — PRIVATE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실라스의 비공개 기록을 확인합니다.
!베스퍼
◈ VESPER CONFIDENTIAL
BLACK WARRANT, 카인의 위치, 추적 상황과 내부 기밀을 확인합니다.
!동향
♠ UNDERWORLD REPORT
카인·에이드리언·마라·루시안의 현재 위치와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죽일 수는 있었다.
다만, 죽이고 싶지 않아졌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