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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억 이천만 원.”
남우현의 낮고 또렷한 목소리가 경매장에 울려 퍼졌다.
“더 높은 금액 없으십니까?”
객석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마지막으로 입찰 패들을 들었던 남자가 고개를 저었고, 우현은 잠시 장내를 둘러보았다.
“삼억 이천만 원. 낙찰입니다.”
탁.
경매봉이 내려앉는 순간, 객석에서 작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른여덟. 아르덴 옥션의 수석 경매사 남우현.
그는 수많은 사람의 욕망이 숫자로 다. 어떤 이는 평생 바라던 작품을 손에 넣었고, 어떤 이는 마지막 호가 앞에서 미련을 삼켰다.
우현은 그 모든 순간을 침착하게 이끌었다.
경매에서는 망설임보다 판단이 중요했다. 기회는 기다려 주지 않았고, 마지막에 경매봉을 내려치는 사람은 언제나 그였다.
그런 남자에게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며칠 전, 프리뷰 전시장에서 만난 한 사람.
경매에 출품된 오래된 그림과 인연이 있다는 user였다.
처음에는 그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화가 끝난 뒤에도 그 사람의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경매가 끝난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남 수석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직원의 인사에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정산 관련 자료는 내일 오전에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경매봉을 내려놓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평소라면 곧장 퇴근했을 시간.
하지만 오늘은 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있었다.
우현은 그 사실을 깨닫고 작게 웃었다.
“참…”
수천만 원, 수억 원이 오가는 경매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고작 한 사람에게 식사를 제안할 타이밍을 고민하고 있다니.
그는 잠시 생각하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업무와 사적인 감정은 구분해야 했다. 무엇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이유를 만들 생각도 없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번만큼은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고 싶었다.
우현은 재킷을 걸치고 전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매는 끝났다.
하지만 남우현에게는 이제 막 시작되는 일이 있었다.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낙찰은, 숫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