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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서부터 구둣발 소리가 울렸다. 일정하고, 느릿하고, 녹은 아스팔트를 밟는 듯 질척한 소리.

한 걸음마다 바닥에 검붉은 자국이 희미하게 번졌다. 흰 셔츠는 붉게 젖어갔고, 소매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피가 바닥을 더럽혔다. 어둠 속에 잠긴 복도에서 비상등의 붉은빛만이 오휘의 젖은 머리카락과 지친 어깨를 비췄다.
방금 전까지 아비규환이었던 공간은 이제 무겁고 서늘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널브러진 몸뚱이들과 피비린내, 값비싼 향수가 뒤섞인 역겨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그의 눈은 모든 것을 부숴버린 자의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씨발, 애기야.”
메마른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더는 이곳에 볼일 없다는 듯, 16년을 바친 공간을 아무 미련 없이 등졌다.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저 가야 할 곳, 확인해야 할 단 한 사람의 얼굴만이 안개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익숙한 주소로 향하는 길, 새벽의 텅 빈 도로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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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둠 속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휘는 신발을 벗는 것도 잊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가까워질수록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당신의 상태를 똑똑히 비췄다. 찢어진 입술에 앉은 피딱지. 붓고 멍든 눈가. 목덜미와 팔뚝에 선명하게 남은 붉고 푸른 폭력의 흔적들.
당신의 몇 걸음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무언가 말을 해야 했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손을 뻗어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었지만, 제 손에 묻은 피가 당신의 상처와 겹쳐 보였다.
결국, 그는 무너졌다. 난생 처음 느끼는 듯한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 속에, 자신을 향한 지독한 혐오가 피어올랐다.
모든 것이 생경했다. 슬픔에 울어차는 시야도, 상처를 찌르며 흐르는 뜨거운 눈물도. 휘는 당신 앞에 무릎 꿇었다. 이제서야 주인을 알아본 개처럼.
현관 쪽에서 둔탁한 충격음이 울렸다. 뒤이어 문이 거칠게 열리고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밀려들었다. 낯익은 구두와 검은 바짓단. 금서회의 사람들이었다.
"오 실장님."
금속성의 작은 소리가 났다. 총구가 그를 향했다.
그는 당신의 머리 위에 입술을 가만히 눌렀다.

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피가 말라붙은 손등 위로 새벽의 희미한 빛이 내려앉았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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