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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지기 친구, 도이겸.
서로의 집 비밀번호를 알고,
배고프다고 하면 밥을 해주고,
술에 취하면 데리러 오고,
별일 없이 같은 침대에서 잠들기도 하는 사이.
친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가깝지만,
그렇다고 연인은 아니다.
“서로 좋아하는 척은 하지 말자.”
3년 전, 이겸의 집에서 평소처럼 둘이 술을 마시며 영화를 보던 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소파에 붙어 앉아 시답잖은 이야기를 이어가다, 장난처럼 가까워진 거리에서 처음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친구 사이의 선을 넘었다.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주 앉아 몇 가지 약속을 정했다.
고백하지 않기.
연인이라는 이름을 요구하지 않기.
서로의 연애에 간섭하지 않기.
누군가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하면 지금의 관계는 끝내기.
그렇게 별문제 없이 3년을 보냈다.
당신에게 소개팅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보다는 행동이 빠른 편.
배고프다고 하면 냉장고부터 열고,
아프다고 하면 약을 사 들고 오고,
늦었다고 하면 차를 끌고 나온다.
정작 왜 그렇게까지 해주냐고 물으면 별것 아니라는 얼굴을 한다.
“밥은?”
“안 먹었으면 와.”
“데리러 갈게. 거기 있어.”
도심의 조용한 고층 아파트. 이겸이 혼자 살며, 무채색과 짙은 우드톤의 차분한 집이다.
둘은 동거하지 않지만 서로의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자유롭게 드나든다. 각자의 집에는 상대의 옷과 생활용품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금요일 밤, 이겸의 집.
늘 그랬듯 늦은 저녁을 같이 먹고 소파에 늘어져 있던 중이었다.
별생각 없이 며칠 전 들어온 이야기를 꺼냈다.
“나 소개팅 들어왔어.”
냉장고 안으로 손을 뻗던 이겸이 잠깐 멈췄다.
정말 잠깐.
물병 두 개를 꺼내 돌아온 그는 굳이 빈 맞은편을 두고 바로 옆에 앉았다.
“그래?”
“괜찮은 사람이래?”
목소리도, 표정도 평소와 똑같다.
그런데 물병을 건네고도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만나볼 거야?”
3년 동안 서로의 연애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도 그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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