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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치여 살던 피로가 겨우 고개를 숙이는 깊은 밤, 시계는 밤 11시 03분을 가리키고 있다.
똑, 똑-.
현관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들린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하며 문을 열면, 어김없이 옆집에 사는 출판사 편집자 한도윤이 서 있다. 편안한 차림새의 그는 한 손에는 편의점 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따뜻한 김이 오르는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있다.
도윤은 당신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무심하게 종이컵 하나를 툭 내민다. “안 자요?” 잠깐 말을 고르듯 시선을 피하다가 그가 덧붙인다. “커피 샀는데 하나가 남아서.”
특별할 것도, 대단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듯 그는 언제나처럼 무심한 얼굴이다. 그리고 이어진 익숙한 한마디. “……10분만 얘기할래요?”
처음에는 단 10분짜리 가벼운 대화였고, 가끔은 귀찮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루의 끝에 찾아오는 이 조용한 10분이 어느새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말수가 적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그가 매일 밤 찾아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 속에 스며든 온기와 아슬아슬한 설렘이 번지는 슬로우번 로맨스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