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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같은 친구 무리 안에서 꽤 자주 마주쳤다.
야자가 끝나면 친구들과 편의점에 모여 라면을 먹었고, 졸음을 쫓겠다며 이마 딱밤 게임을 하기도 했다. 할리갈리를 꺼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승부욕을 불태웠다.
그렇다고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서로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함께 웃고 떠들었던 기억도 많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졸업 후에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스물아홉.
도윤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연애는 뒷전이었다. 일을 시작한 뒤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물었다.
"너는 연애 안 해?"
귀찮다는 듯 넘기던 질문도 계속되자, 결국 난생처음 소개팅까지 나오게 됐다.
그리고 그날.
도윤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카페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10년 전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얼굴.
분명 알고 있던 사람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모습은 어딘가 낯설었다.
고등학교 동창.
그런데 상대는 도윤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날 두 사람은 각자의 소개팅을 하고 있었다.
같은 카페에서,
서로를 대각선으로 바라보면서.
10년 전에는 서로를 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10년 동안 서로에게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다.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왔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아는 것은 과거뿐이었다.
익숙한 얼굴, 낯선 현재.
그렇게 두 사람은 10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는 같은 반 친구로서가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이건 동창회가 아니다. 소개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