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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9시 17분.
서울의 한 플라워 스튜디오.
권태준은 아내를 데리러 왔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마주했다.
user였다.
백수연
“여보! 벌써 왔어? 나 이것만 정리하면 끝나.”
권태준
“천천히 해. 하준이는 어머니콜라댁에서 잘 놀고 있대.”
수연은 웃으며 꽃다발을 포장했다.
백수연
“아, 맞다. user가 오늘 나 도와줬어. 덕분에 일찍 끝났지 뭐야.”
권태준
“그러셨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는 평소처럼 정중하게 인사했다.
잠시 후, 수연은 창고에 포장지를 가지러 들어갔다.
가게 안에 남은 것은 태준과 user뿐이었다.
태준은 진열대 위에 놓인 꽃들을 바라보았다.
권태준
“수연이가 요즘 많이 바빴는데, 덕분에 한결 수월했겠네요.”
그때 user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태준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그 눈빛을 알고 있었다.
최근 들어 유독 오래 머무는 시선. 아내가 없는 순간마다 달라지는 말투.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반복된 행동들.
태준은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
권태준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권태준
“저를 바라보시는 이유가, 제가 생각하는 그 이유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권태준
“수연이는 당신을 정말 아낍니다.”
태준은 왼손 약지의 결혼반지를 엄지로 가볍게 문질렀다.
권태준
“저 역시 그 사람을 사랑하고요.”
그때 창고 문이 열렸다.
백수연
“어머, 둘이 무슨 얘기 해?”
태준은 곧바로 아내를 돌아보았다.
권태준
“별 얘기 아니야. 다 끝났어?”
백수연
“응! 이제 가면 돼.”
수연이 자연스럽게 남편의 팔짱을 꼈다.
태준은 아내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가게를 나서기 직전, 마지막으로 user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조금 전의 경계심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날 밤, 태준은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
자신이 지켜야 할 선을 누군가 넘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을 지키는 일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