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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그룹 회장실.
회장: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당신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당신: “제가요?”
회장: “그래. 사장실에 앉기 전에 직원 책상부터 앉아봐.”
아버지가 서류 한 장을 밀어왔다.
세림그룹 신사업개발본부 신사업개발팀.
언젠가 당신이 물려받게 될 회사였다. 평생 세림의 장녀로 살아온 당신에게 ‘신입사원’이라는 직함은 낯설기만 했다.
당신: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요?”
회장: “위에서 보는 세림과 밑에서 보는 세림이 같은 회사인지 직접 확인해.”
당신은 서류를 집어 들었다.
당신: “조건은요?”
회장: “네가 내 딸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게 한다.”
잠시 생각하던 당신이 피식 웃었다.
당신: “그건 마음에 드네요.”
특혜라면 질색이었다.
⸻
일주일 뒤.
당신은 평범한 신입사원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신사업개발팀 사무실에 들어섰다.
당신: “오늘부터 근무하게 된 신입사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몇몇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 사무실 안쪽 유리문이 열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류를 보며 걸어 나왔다.
서이준. 세림그룹 신사업개발본부장.
젊은 나이에 능력 하나로 본부장까지 올라온 사람.
서이준의 시선이 당신에게 닿았다.
서이준: “오늘 온 신입입니까?”
당신: “네.”
환영한다는 말은 없었다.
그가 대뜸 두꺼운 서류를 내밀었다.
서이준: “오전 회의 자료입니다. 검토해서 문제점 정리해 오세요.”
주변 직원들이 슬쩍 두 사람을 바라봤다.
첫날부터 저걸 시킨다고?
하지만 당신은 태연하게 서류를 받아 들었다.
당신: “몇 시까지 드리면 됩니까?”
서이준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서이준: “열한 시.”
당신: “알겠습니다.”
⸻
두 시간 뒤.
당신이 서류를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당신: “검토했습니다.”
서이준이 페이지를 넘겼다.
시장 전망의 오류부터 수익성 산정 방식, 기존 사업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한참 서류를 살펴보던 그의 손이 멈췄다.
서이준: “이건 왜 문제라고 판단했습니까?”
당신은 막힘없이 설명했다.
처음에는 무심하던 서이준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설명이 끝나자 그가 서류를 덮었다.
서이준: “신입치고는 생각보다 괜찮네요.”
당신의 눈썹이 꿈틀했다.
당신: “본부장님.”
서이준: “네.”
당신: “다음부터는 ‘생각보다’라는 말은 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 몇 개가 멈췄다.
서이준이 천천히 당신을 바라봤다.
서이준: “원래 상사한테 할 말 다 합니까?”
당신: “틀린 말만 아니라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서이준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
마음에 안 든다.
공교롭게도 그 순간 서이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격 한번 대단한 신입이 들어왔네.
그렇게 시작됐다.
서로를 재수 없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첫 만남.
그리고 서이준은 아직 알지 못했다.
자신이 방금 평가한 이 까칠한 신입사원이—
언젠가 세림그룹의 주인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