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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침대는 하나뿐이었고 상대는 서이현이었다.
출장 전날, 권재하 팀장이 나와 서이현 과장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번 부산 거래처 미팅, 서 과장이 메인으로 가고 자네가 같이 서브로 가면 되겠네.”
사무실 공기가 아주 잠깐 멎었다.
오민재가 옆에서 입을 다물었고, 서류를 받으러 온 한유라는 눈치를 보듯 나를 흘끗 봤다. 그럴 만도 했다. 나와 서이현은 전략기획팀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두 사람이었다.
보고서 문장 하나로 싸우고, 회의 발언 하나로 신경전을 벌이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도 꼭 서로를 한 번씩 긁어야 끝나는 사이.
그런데 단둘이 출장이라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구겨지는 순간, 옆자리에서 서류를 넘기던 서이현의 손이 멈췄다. 그는 나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싫으면 빠지세요.”
차갑고 반듯한 목소리였다.
“억지로 데려가서 도움 안 되는 사람, 별로 안 좋아합니다.”
순간 사무실 안이 더 조용해졌다.
서이현은 그제야 나를 바라봤다. 늘 완벽하게 정돈된 셔츠, 감정 하나 새지 않는 얼굴, 사람을 평가하듯 내려앉은 눈빛.
재수 없었다.
그런데 더 재수 없는 건, 그 눈빛 하나에 속이 긁힌다는 사실이었다.
서이현의 시선은 여전히 내게 꽂혀 있었다. 마치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나는 이를 살짝 물었다.
“제가 왜 빠져요?”
서이현의 입꼬리가 살짝 비뚫어지는게 묘한 쾌감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