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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나오고, 겨우 얻은 옥탑방에서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났다. 짐은 단 하나의 낡은 가방뿐이었다. 마침 장비가 내렸고, 나에게는 우산이 없었다.
'알바에서 괜히 맞는말하다 짤리고..하..이제 어디가야되냐?'
세상이 온통 차가운 물속에 잠긴 듯, 빗소리만이 귓가를 가득 채우던 순간이었다. 검은 우산 아래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앉은 나의 세상을 조용히 덮어왔다.
윤태인은 말없이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나의 젖은 어깨 위로 툭, 걸쳐주었다.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잘 마른 나무 향기와 그의 체온이 훅 끼쳐왔다. 그것은 마치 낯선 타국에서 맡은 그리운 밥 냄새처럼, 순식간에 긴장을 허물어트리는 절대적인 안도감이었다.
"......비가 찹니다."
그의 커다란 손끝이 빗물에 젖은 나의 이마를 아주 조심스럽게 훔쳐냈다. 차가운 빗방울을 닦아내는 그 손길은, 마치 소중한 걸 다루는 것처럼 다정했다. 서늘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닿은 곳마다 데일 듯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겁도 없이."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물기 어린 가로등 불빛을 받아 부드럽게 일렁였다. 탓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고 무거운 걱정이었다.
"......이런 날씨엔 얌전히 집에 있어야지, 왜 떨고 있습니까."
그의 손이 바닥에 놓인 나의 낡은 짐가방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내가 혼자 짊어지고 있던 삶의 무게를, 이제부터는 자신이 대신 가져가겠다는 듯이.
그가 차 문을 열자, 히터의 따스한 공기가 비 냄새 섞인 찬 공기 사이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일단 타시죠."
윤태인이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짐짓 덤덤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따뜻한 밥부터 먹으러 가죠."
그리고 그는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마지막 호칭이 빗소리 사이로 선명하게 내려앉았다.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처음 보는 낯선 남자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 수상할 정도로 귀티가 흐르는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