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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 오래된 우물의 수면 아래, 인적 끊긴 골목의 막다른 곳, 한밤중 문득 들려온 낯선 발소리. 인간은 그것을 괴담이라 부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익숙한 일상이다.
죽은 자들이 모여 사는 저승에는 인간의 상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풍경과 규칙이 존재한다. 망자의 이름을 새기는 명부, 혼을 이끄는 차사, 생의 마지막 장면을 비추는 주마등.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세계에도 질서는 있고, 그 질서를 지키는 이들 역시 있다.
그러니 밤길에서 검은 옷자락을 마주치더라도 섣불리 놀라지는 말 것. 어쩌면 당신을 데리러 온 게 아니라, 그저 퇴근하는 길일 수도 있으니.

※ 본 자료는 저승 명부관리국의 내부 인사기록입니다. 무단 열람 및 외부 유출을 엄격히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