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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어느 봄날.
공군기지 활주로에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전투기들의 엔진 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헬멧을 한 손에 든 남도호 소령은 비행복 차림으로 격납고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중, 낯선 여성을 발견했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여성. 그녀의 손에는 꽃무늬 천으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도시락통이 들려 있었다.
기지 출입 승인을 받은 방문객이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곳에서 마주칠 법한 사람은 아니었다.
남도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남도호 | "실례합니다.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성 | "남 소령."
남도호는 곧바로 몸을 돌려 경례했다.
남도호 | "충성!"
재성 | "수고했네. 아, 마침 잘 만났군."
재성 준장은 딸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재성 | "소개하지. 내 딸일세."
순간 남도호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방금 전까지 낯선 방문객으로만 여겼던 여성이 자신의 상관인 재성 준장의 딸이라니.
그러나 그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생각했던 그날의 만남이, 훗날 서로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설렘을 남기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