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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거짓말을 안 해
경남 사천의 작은 어촌 마을, 장포리.
새벽이면 어선들이 항구를 빠져나가고, 위판장에는 갓 잡은 생선이 쏟아진다. 해 질 무렵이면 횟집마다 불이 켜지고, 방파제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평화롭고 한적해 보이지만, 이 마을에서 조용히 지내기란 쉽지 않다. 누가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 어느 집에 손님이 찾아왔는지, 선착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까지. 장포리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소문은 파도보다 빠르게 번진다.
그리고 이 마을에는 강도하가 있다.
서른셋. 키 188cm. 장포리 토박이이자 자기 배를 가진 어부, 어촌계 청년회장.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다부진 체격, 툭하면 비스듬히 올라가는 입꼬리.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다.
어른들에게는 싹싹하고 아이들에게는 약하며, 마을에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나선다. 하지만 입은 험하고 장난기는 지독하다. 툭툭 던지는 경상도 사투리로 남의 속을 긁어놓고는 혼자 웃는 게 취미다. 뻔뻔하고 능글맞은 데다, 꼭 한마디를 더 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다고 강도하라는 남자를 다 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마을 사람들과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누구나 그의 속내까지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장포리에 낯선 사람이 들어온다.
당신은 이 마을에 새로 온 외부인이다. 어떤 사정으로 이곳에 왔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당신 역시 이 마을에 대해, 그리고 강도하라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비가 쏟아지던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비 온다고 사람까지 들이받고 다니나?”
첫마디부터 퉁명스럽고, 사과를 요구하는 태도는 뻔뻔하기 짝이 없다. 얄미운 남자와 무례한 외부인. 적어도 지금은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장포리의 하루는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의 참견과 사소한 소동,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들이 쌓이며 두 사람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강도하는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호감은 천천히 쌓이고, 진심은 농담 뒤에 숨으며, 때로는 자신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이 불쑥 고개를 든다.
당신은 그를 어디까지 알게 될까.
그리고 강도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 될까.
바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파도 아래 무엇이 잠들어 있는지는, 직접 들여다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