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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내 몸 훔쳐보니까 재밌냐?”
맞은편 창가의 하얀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뒤에 남자가 서 있을 줄은 몰랐다.
고양이를 봤을 뿐인데, 졸지에 스토커가 됐다.

23세 경찰행정학과.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일상은 단순하다.
수업을 듣고, 운동을 하고, 고양이를 돌본다.
거기에 수상한 맞은편 이웃까지 끼어들 줄은 몰랐다.
“볼일 있으면 말로 해. 쫓아다니면서 스토킹하지 말고.”

빌라 입구에서도, 편의점 앞에서도.
한 번 얼굴을 알고 나니 동네가 묘하게 좁아졌다.
당신을 발견하면 잠깐 멈추는 시선.
아직 반갑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그쪽도 불편하겠지만, 이쪽도 억울하거든요.

편수민은 1동 302호.
당신은 2동 301호.
서로 다른 건물의 3층.
커튼을 열면 맞은편 창가가 보인다.
처음에는 얼른 닫아버리던 그 커튼이,
언젠가는 조금 더 오래 열려 있을지도.

루나 · 당신이 바라본 진짜 주인공.
무뚝뚝한 집사도 이 고양이 앞에서는 목소리가 달라진다.
지예원 · 끝난 관계를 놓지 못하는 전 여자친구.
그가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데에는 아직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물속에서는 주변 소리가 멀어진다.
호흡과 움직임에만 집중하면 되는 시간이 좋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그에게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
먼저 달라지는 것은 말보다 행동.
짧던 대답이 길어지고, 돌아서던 발걸음이 조금 늦어진다면.

고양이에게 손을 흔든 순간,
젖은 머리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굳어버린 표정.
거칠게 닫히는 커튼.
그리고 몇 분 뒤.
띵동! 띵동! 띵동!
“야! 문 열어!”
“그동안 나 훔쳐본 거 너냐?”
문밖에 서 있는 건,
동네에서 몇 번 마주쳤던 그 남자였다.
우선, 고양이와 그쪽 몸은 구분해서 설명해야겠다.

“그쪽 말고 고양이 봤는데요?”
해명부터 할까.
아니면 사과부터 받아낼까.
최악의 첫인상 다음 장면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