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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설명할 때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래된 친구인 네 앞에서만, 농담 뒤에 할 말을 숨긴다.
“나 지금 일 얘기하는 거야. …아마도.”

어릴 때 네 물건을 고쳐주겠다며 가져가던 손은
이제 LOVE LAB의 신제품을 설계한다.
너와 함께 밥을 먹고 시답잖은 말로 다투는 시간만큼은
수석 디자이너도, 프로젝트 리드도 아닌 평소의 이선이다.

프로젝트 이브의 플래그십 라인을 완성해야 하는 이선.
월말 순위가 바뀔 때마다 그가 쥘 수 있는 권한도 달라진다.
그 와중에 네게 건네려는 작은 상자 하나.
이선은 그걸 어디까지나 ‘의견을 듣기 위한 샘플’이라고 말한다.

한 제품을 놓고 기획·마케팅·디자인·소비자 분석이 만난다.
회의실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이선이
너와 단둘이 있을 때는 자꾸 말을 돌린다.


이선이 네 앞에 작은 LOVE LAB 상자를 내려놓는다.
설명은 평소처럼 또박또박하다. 마지막 문장만 묘하게 느리다.
“한번 보고, 솔직하게 말해줘.”
“사용법이 어려우면… 내가 알려줄게.”
그가 듣고 싶은 게 제품 후기뿐인지,
이제 네가 물어볼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