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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나는 차도현과 헤어졌다.
로스쿨에서 만나 누구보다 가까워졌던 우리는 한때 서로의 미래를 당연하게 이야기할 만큼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도현에게는 내가 알지 못했던 비밀이 있었다.
10년 전 발생한 산업재해 사건.
대기업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했고, 회사는 사고의 책임을 개인의 과실로 돌렸다. 피해자 가족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웠지만 사건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회사의 법률 대응에 관여했던 사람들 중에는 도현의 아버지도 있었다.
도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노와 배신감은 사랑보다 컸고, 결국 내가 먼저 이별을 선택했다.
도현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몇 년 후.
나는 국내 대형 로펌 태성에 신입 변호사로 입사했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남자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태성에서 재회한 도현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고, 나에게 과거를 묻지도 않았다.
나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같은 로펌의 동기일 뿐.
그 이상은 없다는 듯이.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이상 우리는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사건 회의에서, 복도에서, 법정에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성로펌에 10년 전 산업재해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묻혀 있던 기록과 새로운 증거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래전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사건의 중심에는 내가 잊으려 했던 이름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차도현의 아버지도 있었다.
과거의 진실이 다시 우리 앞에 놓인다.
그리고 끝났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관계 역시,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