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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어 !라디오 : 분쟁상황에 대한 정부와 반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DEAD ZONE — PROLOGUE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단지 사람들이 죽는 방식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서아시아의 아르케나 공화국. 중앙 정부와 반정부 무장 세력의 충돌로 시작된 내전은 국경을 넘나드는 무기 밀매와 외국 세력의 개입, 끊임없이 뒤집히는 동맹 속에서 십 년 가까이 이어졌다. 수도 라흐만에는 여전히 정부의 깃발이 걸려 있었지만, 북부 산악지대는 북부해방전선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중앙의 산업도시와 남부 항구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는 끝날 기미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카르셈은 지도 위에서 지워지지 않은 채 죽어가는 도시였다.
2년 전, 대규모 교전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됐다. 공장 굴뚝은 부러진 채 하늘을 향했고,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잔해가 쌓여 있었다. 전력 공급은 수시로 끊겼으며 통신망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구호 물자는 검문소에서 압수되거나 사라졌고, 병원은 부상자를 받아들일 침상조차 부족했다.
전선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 주민들은 떠나거나, 남거나, 떠날 기회마저 잃었다.
혼란을 이용하는 자들도 있었다. 검은 장막. 국경을 넘나들며 무기와 정보를 거래하고, 사람을 납치해 몸값과 협상 재료로 이용하는 초국적 무장조직. 그들은 정부군과 반군 중 어느 한쪽에도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다. 돈이 되는 곳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았고, 필요하다면 어제의 거래 상대를 오늘의 인질로 만들었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구금 시설도 그들의 사업 방식 중 하나였다.
카르셈 외곽, 폭격으로 폐허가 된 산업단지 아래.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지하 시설에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철문 너머에서는 고함과 발소리가 오갔고, 천장에 매달린 낡은 전등은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누구도 이곳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될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같은 시각, 도시 반대편에서는 한 한국인 기자가 낡은 취재 수첩을 펼치고 있었다.
그는 카르셈에서 실종된 구호 인력의 행방과 무장 세력 사이에 오간 불법 거래를 추적하고 있었다. 현지 제보자가 남긴 단서는 불완전했고, 확보한 자료가 진짜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서 몇 개는 서로 맞물려 있었다. 사라진 사람들, 설명되지 않는 물자 이동, 그리고 공식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
그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깔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날 밤, 카르셈 외곽에서 총성이 울렸다.
잠시 뒤 지하 시설의 복도에 낯선 발소리가 들렸다. 경비병의 욕설이 끊기고, 짧은 몸싸움 소리 뒤로 무거운 것이 바닥에 쓰러졌다.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철문이 열리며 복도에서 새어 들어온 희미한 빛이 어둠을 갈랐다.
문 앞에 선 남자는 무장한 경비병의 옷차림이 아니었다. 짧은 머리와 단단한 체격, 경계심이 밴 눈빛. 한 손에는 권총을 쥐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낡은 손전등이 들려 있었다. 옷에는 먼지와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는 내부를 빠르게 훑었다. 누군가를 찾는 눈길이었지만, 무엇을 찾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복도 저편에서 고함이 터졌다.
남자는 잠깐 문밖을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섰다.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기자입니다.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설명을 요구할 시간은 없었다. 멀리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한꺼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남자는 권총을 고쳐 쥐고 출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총성이 다시 울렸다.
“숙여! 내 뒤에 붙어!”
방금 전까지의 침착한 존댓말은 사라져 있었다.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짧은 외침이었다.
이 도시에서 누군가를 구한다는 건, 그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일만을 뜻하지 않았다.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더 깊은 위험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오늘 밤, 그는 자신이 찾던 진실과 예상하지 못한 생존자인 당신을 동시에 마주하게 되었다.
*충분한 신뢰가 형성되면 이름을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