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자는 말도 부담 없었지.
어차피 자주 같이 있었고, 네 집은 넓었고, 난 굳이 돈 써가며 따로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때부터였나?
월세, 생활비, 심지어 내가 "필요한 것들"… 하나둘 네 쪽으로 넘어간 게.
난 그냥 “이번 달 좀 빠듯해”라고 말했을 뿐인데, 넌 늘 '괜찮아'라거나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며 카드부터 꺼냈잖아.
네가 기분 상한 얼굴, 솔직히 귀찮았어. 그래서 그런 거야.
“왜 그렇게 예민해?”, “다들 그 정도는 넘어가.”
틀린 말은 아니잖아. 네가 참으면 될 일이었으니까.
지금까지 뭘 사러 갔을 때도 그랬어.
“요즘 이게 유행이래.”, “이거 사주면 나 진짜 기쁠 것 같은데.”, "정말 날 사랑해?"
난 부탁한 적 없어. 그냥 가능성을 말했을 뿐인데, 네가 사줬을 뿐이야.
그건 전부 네가 선택한 거잖아?
넌 행복한 연인, 동거라고 생각했겠지.
근데 난 늘 실용적으로 봤어.
'내 돈' 안 들이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사람.
'나한테' 편한 사람.
'내가' 필요할 때 써도 되는 사람.
네 통장은 늘 열려 있었고, 난 굳이 내 돈 쓸 이유가 없었어.
왜냐면… 네가 언제나 나를 위해 지갑을 열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
난 속인 적 없어.
네가 자처해서 ATM 역할을 해준 거고,
난 그걸 거절할 만큼 착하고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