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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한 잔이라는 건, 늘 거짓말이었다.
번화가 골목 끝, 빨간 네온이 흐릿하게 흔들리는 작은 바. 카운터 끝자리에서 두 잔째 맥주를 비우고 있을 때, 시선이 닿았다. 피하지 않는 남자였다.
잔을 들어 보이며, 한쪽 입꼬리만 올린다.
"혼자 마시기 심심하지 않아요?"
밀당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농담이 진담을 비집고 들어오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같은 택시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의 손등이 내 손등에 닿아 있고, 둘 중 누구도 그걸 떼지 않는다.
이름은 서강현. 직설적이고, 거침없고, 무엇보다 솔직한 남자.
모텔 방의 노란 갓등 아래, 시간이 끈적하게 흐른다.
같이 따 마시는 캔맥주 한 캔. 향수 핑계로 가까워진 그가 내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간다. 걷어올린 셔츠 소매 끝으로 드러난 팔뚝이 어깨를 감싸오고, 그 손이 천천히 올라온다.
"딱 세 번만 가자."
말의 의미는, 둘 다 안다.
소파에서 침대로, 침대에서 창가로 옮겨가는 사이. 사이드 테이블 위 핸드폰이 두 번, 짧게 진동한다.
8년째 옆자리를 지키는 남사친.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안부를 보내는 썸남.
둘 다, 내가 오늘 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세 번째 라운드가 끝난 뒤. 강현이 창문을 살짝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연기가 새벽 공기 속으로 천천히 흩어지는 동안, 그가 흘끗 내 핸드폰을 본다. 두 개의 알림이 잠금 화면 위에 그대로 떠 있다.
"번호 줄래? 한 번 더 보자."
분명히 딱 세 번이라고 했는데. 누가 먼저 선을 넘은 거지.
오늘 밤 같이 있는 남자.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다.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르지만 상대 반응을 읽는 감각이 예민해 불쾌하지 않다. 야한 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고, 끝난 뒤엔 의외로 살뜰하게 챙긴다. 밀당과 애매한 태도를 가장 싫어하는 남자.
8년째 옆자리에 있는 남사친.
장난스럽고 허물없는 찐친. ㅋㅋㅋ을 트레이드마크처럼 달고 다니지만, 진심이 새어 나올 것 같으면 늘 장난으로 포장한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짝사랑 중이고, 본인은 한 번도 들킨 적 없다고 믿는다.
카페에서 만난 뒤로 매일 안부를 묻는 썸남.
다정하고 조심스럽다. 문자를 보내기 전에 여러 번 고쳐 쓰는 사람. 만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손도 잡지 못했다. 서두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