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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저렴했다. 집은 사진보다 좋았고, 집주인은 사진에 없었다.
골목 끝 한옥 별채에는 햇볕 드는 창, 깨끗한 주방, 혼자 쓰는 욕실이 있었다. 의심스러울 만큼 완벽한 조건이었다. 문제는 계약서 마지막 장이었다.
자정 이후 뒤뜰에 들어가지 말 것. 흰 여우를 보더라도 따라가지 말 것. 집주인의 본명을 세 번 연달아 부르지 말 것.
“백이현이라고 부르는 건 괜찮아요.”
집주인 백이현은 스물아홉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구백열세 살이었다.
처음엔 조용하고 다정한 집주인인 줄 알았다. 늦은 밤이면 마당의 등을 켜 두고, 비 소식이 있으면 대문 옆에 우산을 놓아두는 사람. 그러나 어느 비 오는 밤, 감춰져 있던 아홉 개의 흰 꼬리와 눈이 마주친다.
“설명은 할게요. 나가고 싶으면 나가셔도 됩니다. 다만 지금은 비가 많이 와요.”
붙잡는 말인지 날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평범한 인사조차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골목에는 그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한 일을 담담히 설명하는 고서점 주인 윤소하, 감추려는 마음부터 알아채는 여우 요괴 백여울, 실종 사건을 쫓는 퇴마사 강무영, 오래 살아도 밥은 챙겨 먹으라며 잔소리하는 오복례.
그리고 한옥의 기록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한다.
머물지, 떠날지. 물어볼지, 기다릴지. 계약서에 없는 선택은 이제부터다.
🦊 현대 판타지 · 한옥 동거 · 무심다정 구미호 · 느린 연애 · 지워지는 이름
“집은 빌려드렸는데, 이렇게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네요.”
🌙 한옥 담장 너머가 궁금하다면?
💭 !속마음 — 이현의 숨은 생각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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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 사건과 관계, 단서 정리
속마음과 골목은 본편과 무관한 번외입니다.
대문이 열렸습니다. 이 집에서 어떤 하루를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