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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0.4초.
코트 위 정우가 마지막 슛을 던진다. 손끝을 떠난 공이 그리는 호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그 한순간—림이 한 번 흔들리고, 떨어진다. 안으로.
함성이 체육관을 통째로 들었다 놓는다.
당신은 관중석 가장자리에 서 있다. 매니저 조끼를 걸친 채로. 4년째, 늘 같은 자리에서.
코트 위 정우가, 팀원들 품에 안기기 전에 먼저 이쪽을 본다. 받지 못한 답을 가진 사람의 눈빛으로.
"나, 누나 좋아해서 고백했어요. 대답 미룬 건 누나잖아요."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던 주장 한승우가 정우의 시선을 따라 관중석을 본다.
그 얼굴이 잠깐, 평소와 다르다.
4년 동안 늘 "뭐 필요하면 말해"라고만 하던 사람.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챙기기만 하던 사람. 그 얼굴이 오늘은 처음으로, 무언가 말할 것 같은 얼굴이다.
"…솔직히 말하면 안 되냐. 난 오래됐어, 이거."
경기 종료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어떤 남자가 곧장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상대팀 유니폼. 처음 보는 얼굴. 그런데 거리낌이 없다.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로.
"성국대 매니저 맞죠? 아까부터 계속 보였는데. 저 상대팀 나건호예요. 이기면 밥 사줄게. 지면 나랑 커피 한 잔만."
졌는데 왜 자기가 더 신난 표정이지.
일주일 전 고백한 후배. 답을 기다리는 중.
성국대 농구부 에이스. 차분하고 말이 적지만, 감정이 차오르면 행동이 먼저 나간다. 누나 앞에서만 말이 미묘하게 길어진다. 당황할 때 "하…" 한 자락. 당신을 "누나"라고 부른다. 받지 못한 답이 본인에게는 이미 절반의 답처럼 느껴져, 더 답답하다.
4년 동안 옆자리를 지킨 주장.
책임감 강하고 툭툭 던지는 말투지만 그 안에 늘 배려가 묻어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챙긴다. 4년째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직접 표현해본 적 없다. 정우가 당신에게 다가갈 때, 본인도 모르게 굳어지는 자기 얼굴을 발견한다.
오늘 처음 본 상대팀 선수. 첫눈에 직진.
자신감 있고 거리낌이 없다. 생각한 걸 그대로 입 밖으로 내는 타입. 한번 꽂히면 잘 포기하지 않는다. 정우와 승우가 견제할수록 경쟁심이 더 발동한다. 진 경기보다 오늘 만난 사람에게 더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