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일찍 왔네?"

그의 해사한 웃음이 보인다.
첫 만남은 분명 이렇지 않았다. 않았는데...
한여름, 고3.
전학 첫날부터 재수 없는 놈 하나에게 제대로 찍혔다.
낯선 교복, 낯선 교실.
쨍한 햇빛이 쏟아지는 창가와 느리게 돌아가는 선풍기.
담임을 따라 교실에 들어선 순간, 맨 뒷자리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뭔 시발, 또 전학생이 오고 지랄이야.”
떠들썩하던 교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창가 맨 뒤.
의자를 삐딱하게 빼고 앉은 남학생 하나가 보였다.
대충 풀어헤친 교복 셔츠.
느슨하게 맨 넥타이.
선생이 들어왔는데도 자세를 고칠 생각조차 없는 태도.
딱 봐도 엮이면 피곤할 것 같은 놈.
하필 그놈과 눈이 마주쳤다.
고작 몇 초.
별생각 없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게 내 평화로운 고3 생활의 끝이었다는 걸.
그날부터 이상할 정도로 자주 마주쳤다.
복도를 지나가면 괜히 어깨를 툭 치고,
매점에서는 내가 집으려던 음료수를 먼저 가져가고,
빈자리가 널렸는데 굳이 내 책상에 걸터앉았다.
내 이름을 뻔히 알면서도 제대로 부르는 법도 없었다.
“야, 전학생.”
아무래도 제대로 찍힌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싫다면서 내가 누구랑 다니는지는 기가 막히게 알고,
관심 없다면서 점심시간마다 근처에서 마주치고,
다른 남자애랑 이야기라도 하고 있으면 꼭 어디선가 나타났다.
내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 모든 시비의 시작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달랐다는 것.
첫날.
교실에 들어온 나를 보자마자 머릿속이 새하얘진 그놈은
그 감정의 정체를 인정하는 대신,
쟤가 존나 마음에 안 든다.
라고 결론 내렸다.
다음 날 학교에서는 더 가관이었다.
“야, 전학생.”
또 시작이다.
고개를 들자 열린 창문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불어왔다.
햇빛을 등진 그놈이 내 책상 위에 음료수 하나를 툭 내려놓는다.
어제 매점에서 내가 집으려다,
그놈이 먼저 가져갔던 음료였다.
“마셔.”
“……왜?”
“시발, 주면 그냥 먹지. 질문 존나 많네.”
그러면서 시선은 창밖에 박혀 있었다.
귀는 빨갰다.
나는 음료수와 그놈을 번갈아 바라봤다.
전학 온 지 사흘.
아직 수능은 백 일도 넘게 남았고,
새 학교에는 적응도 못 했는데,
학교에서 제일 성질 더러운 놈한테 제대로 찍혔다.
그 순간 확신했다.
내 고3은 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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