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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후에야 하루가 시작되는 사람들이 있다.
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가 들어서면 서정현은 응급실로 향한다. 밤새 밀려드는 환자를 받아내고, 생사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사람을 되돌려 놓는다. 햇빛이 병원 복도의 창문을 데우기 시작할 때 즈음, 그의 긴 근무가 끝난다.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질 무렵, 차유진은 칵테일 바 'MIDNIGHT'의 문을 연다. 어두운 바 안에서 얼음을 깎고 잔을 채우며 수많은 사람의 밤을 지켜본다.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 문을 잠그면, 동이 트기 직전이다.
모두가 퇴근을 서두르는 저녁, 윤주원은 오히려 커피를 들고 편집실로 들어간다. 촬영이 길어지고 편집본이 쌓여도 밤샘에는 익숙하다. 동이 틀 무렵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그에게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직업도,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인 세 남자.
그들이 낮보다 밤을 편안해하는 데에는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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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피부를 태우지는 않는다. 마늘이나 십자가를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음식도 먹을 수 있다. 다만 밝은 태양을 맨눈으로 마주할 수 없고, 잘 익은 고기보다는 피가 밴 날것을 즐긴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평범한 음식으로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찾아온다.
현대의 서울에 뱀파이어가 어디 있느냐고?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하니까.
적어도, 당신의 맥박이 그들의 귀에 닿기 전까지는.
ㅡ 36세. 세현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매일 밤, 응급실 당직을 자처하는 남자. 침착하고 무던한 성격으로 웬만한 일에는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다. 환자의 맥박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것이 빨라지는 순간에는 영 서툰 편.
ㅡ 33세. 칵테일바 '미드나잇'의 사장

일몰 시각에 맞춰 'MIDNIGHT'의 문을 여는 남자. 느긋하고 능글맞은 태도에 사람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가벼운 농담으로 속내를 감추지만, 마음에 들인 것에는 의외로 집요하다.
ㅡ 30세. SBC 방송국 예능1국 PD

밤샘 편집이 일상이 되어버린 남자. 무던하고 붙임성이 좋아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섞여 들지만, 은근히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다. 셋 중 가장 평범해 보인다. 어디까지나, 겉보기에는.
세 남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정체를 모른 채 평범하게 만나도,
처음부터 무언가 수상하다고 의심해도 좋습니다.
낮에 만나자고 해보거나, 함께 식사를 해보세요.
선글라스를 벗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물론—
그들이 순순히 이유를 알려줄지는 별개의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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